일하는 시간의 99%는 당연히 컴퓨터와 함께다. 블로깅을 하건, 웹서핑을 하건, 음악을 듣건, 영화를 보건 역시 컴퓨터 앞이다. 심지어는 밥먹으면서도 컴퓨터를 켠다. 식탁에 놓인 노트북으로 한국 프로그램을 보기에 식사시간이 딱 좋기 때문이다. 하여간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은 컴퓨터 앞에서 보낸다. 지금까지는 컴퓨터가 주는 편리함, 즐거움을 만끽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얼마전부터 이런 생활에 문제가 있음을 느꼈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몸이 쇄약해 졌다는 것. 항상 모니터 앞에만 앉아있다보니 운동량 절대부족이다. 하루종일 손가락만 까딱까딱이다. 와잎후께서 “까딱이”라는 별명까지 붙혀줬을 정도다. 눈도 요즘들어 심하게 침침하다. 느는건 뱃살이요, 주는건 체력이다.
또 다른 큰 문제는 독서량이 현저히 줄었다는 것. 적어도 한달에 서너권은 읽었는데, 요즘은 한달에 한권도 힘겹다. 모니터앞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책읽는 시간을 많이 뺏긴다. 물론 웹서핑을 하며 좋은 글을 수없이 만나지만, 책 한권이 주는 의미와 완결성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식구들의 불만이 많다. 눈만뜨면 컴퓨터 앞이니 그럴만도 하다. 가사분담률은 0에 수렴한다. 와잎후님의 불만지수는 100으로 치닫는다. 아이와 놀아주다가 아이를 안은체로 컴퓨터앞에 앉는다. 아이는 컴퓨터가 뿜어내는 전자파가 싫은지, 모니터의 밝은 빛이 싫은지, 금새 울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결심했다. 일주일에 하루는 컴퓨터를 켜지 않기로! 아날로그로의 귀환까지는 아니라도 지나치게 컴퓨터 친화적인 생활에 따른 문제들을 줄여보고자 함이다. 아무래도 그 일주일중 하루는 일요일이 좋겠다.
일요일 하루만이라도 몸을 좀더 열심히 움직일 작정이다. 집근처의 산책로에서 조깅도 하고, 와잎후를 위해 예전에 마련한 필라테스와 태보 DVD도 썩혀두지 말고 제대로 따라해 봐야겠다. 청소나 설거지도 돕고, 딸아이와 같이 뒹굴기도 하고 동화책도 읽어줘야겠다. 와잎후와 딸이 내게 원하는 것은 벌어오는 돈만이 아니라 실제로 함께 하는 시간이 아닌가. 저녁엔 조용히 책읽을 시간도 있다. 책에는 번쩍이는 플래시도 없고, 시선의 흐름을 방해하는 광고나 여기저기 클릭을 요구하는 링크도 없다. 산만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종이 위의 텍스트를 읽을 때가 사고력이 더 왕성해지는 느낌이다. 그런 느낌도 오랜만에 느껴보자.
이런 예상을 하는 첫번째 이유는 곧 일반에 출시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OS 비스타(Vista)다. 가젯(Gadget)이라는 이름으로 위젯을 운영체제 자체에서 기본으로 지원하기 때문이다. 일단 설치만 되어 있다면 필요한 위젯을 추가하고 사용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에 운영체제에 기본 장착된 위젯의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다.
비스타 가젯(gadget)
두번째로는 대형 와이드 모니터 사용의 급증이다. 모니터가 대형화 되면서 위젯의 활용도가 더욱 배가된 것이다. 예전에는 한가지 작업을 하면 모니터를 꽉채워서 화면을 사용해야 했기에 위젯을 따로 띄울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요즘 갈수록 모니터 공간이 넓어지면서, 여백을 활용할 수 있는 위젯의 가치가 발휘되는 것이다.
세번째는 인터넷상의 상당량의 정보가 RSS 형태로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컨텐츠 제공자 입장에선 컨텐츠를 위젯에 맞게 재가공하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다. 하지만 RSS가 대중화되고 많은 CP들이 RSS 를 적용하면서 위젯 형태의 컨텐츠 제공이 매우 간편해졌다. 당연히 모든 위젯이 RSS 피드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네번째는 디스플레이 사이즈가 작은 모바일 기기에 위젯이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위젯은 작다. 작아서 빠르다. 그래서 모바일에 더욱 어울린다. 또한 일반 컴퓨터, 모바일 기기 등 플랫폼간의 호환성이 좋다. 모바일 웹이 대중화 되면서 호환성좋은 위젯의 활용이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애플의 아이폰도 위젯을 기본으로 제공하는 걸 보면, 이제 위젯은 모바일 기기의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런 변화의 기저에 사용자들의 욕구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필요한 정보만을 골라서 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것 필요없이 자신이 필요한 컨텐츠만 딱 집어서 보겠다는 것이다. 포털 등의 서비스 제공자들이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주도권을 잡는 환경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위젯 사용이 본격화 되면서 그에 따른 몇 가지 변화도 예상된다. 우선은 사용자들의 인터넷 사용행태가 상당히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위젯을 통해 필요한 컨텐츠에 곧바로 접근이 가능해 지면서 평소 찾던 사이트를 굳이 방문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따라서 네이버, 다음 같은 기존 포털(엄밀히 말하자면, 각 포털 사이트의 첫 페이지)의 영향력이 점차 축소될 것이다. 기존의 인터넷 환경에서는 컨텐츠 접근을 위한 관문으로서 포털의 역할이 중요했지만, 위젯을 통해 필요한 컨텐츠에 곧바로 접근이 가능해 지면서 그 활용도가 차츰 낮아지는 것이다. 위젯을 비롯해서 RSS 같은 분산화 기술/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또한 페이지뷰의 개념이 퇴색될 것이다. 브라우저를 통하지 않고 위젯 자체에서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동영상 , RSS, 거기에 위젯까지 더해져서 페이지뷰는 더이상 큰 의미를 가질수 없게 된다.
더불어 컨텐츠 자체가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된다. 기존 인터넷 환경에서는 포털의 전면(첫페이지)에 게시되느냐 마느냐가 컨텐츠의 흥행에 가장 중요한 요소였지만, 앞으로는 컨텐츠 자체의 품질이 흥행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위젯의 잠재력이 서서히 가시화되면서, 수많은 컨텐츠가 위젯화(widgetize)되고 있다. 위젯만을 위한 디바이스도 나왔다. 얼만전에는 구글도 위젯(데스크탑)을 업그레이드했다. 외관에 별 신경을 쓰지 않던 구글이지만 이번 위젯 업그레이드는 비스타를 의식한 듯, 투명창까지 적용하는 등 꽤 신경쓴 모습이다. 애플은 아이폰에 위젯을 기본 장착했고, 차기 OS 레오파드에는 더욱 강력한 위젯을 선보일 예정이다. 위젯의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위젯이란 “소형 연장 혹은 도구“라는 사전적 의미대로 특정 컨텐츠를 보여주는 작은 애플리케이션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