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December, 2006

24 폐인기

December 26th, 2006 by 라띠



지난 몇주간, Fox의 TV 시리즈 24에 빠져 살았다. 밥벌이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활동만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은 오로지 24만 봤다. 싱글시절엔 이런 폐인 모드가 종종 있었지만, 결혼하고 이런 일은 처음이다. 게다가 이번 콜로라도 폭설로 발묶인 며칠과 크리스마스 연휴에는 4시즌, 5시즌을 연속으로 봐버렸다.


실수다. 한번에 다섯 시즌을 모두 모아놓고 보기 시작한게 실수다. 다음 편을 보지 않고는 도저히 잠이 안올 정도다. 제목대로 24시간을 실시간으로 구성한 방식이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한 시즌이 단 하루를 보여주는 만큼 구성이 치밀하고 긴박감이 철철넘친다. 마력같은 재미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는 미드계의 본좌라 할 만하다. 에미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이유가 다 있었다. 사실 이전까지 내가 인정한 미드의 본좌는 간지 좔좔 흐르는 프리즌 브레이크였지만 탈옥 이후 긴장감이 다소 쳐지는 느낌에 24가 근소한 차로 앞선다고 본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간지, 로스트 역시 초반엔 상당한 재미가 있었지만 갈수록 느슨해지며 3시즌 중반이 되도록 주도권을 시청자들에게 주지 않아서 짜증이 밀려온다. 2시간 안에 끝나는 영화라면 막판까지 사건의 실체를 베일에 가려둘 수 있지만, 여전히 도통 알 수 없는 사건의 연속과 별 연관없는 듯한 캐릭터별 회상씬까지 더해져서 몰입이 잘 안된다.


24가 탁월한 이유는 여러가지지만, 실제 24시간을 그대로 표현한 독특한 구성 방식이 다른 드라마들과 차별화된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는 탄탄함과 긴박감이 다음편, 또 다음편을 계속 외치게 만든다. 끊임없이 터지는 갈수록 태산인 문제들과 주인공들의 지능적인 문제해결이 절묘하다. 핵무기, 생화학무기, 스텔스 전폭기까지 등장하는 스케일은 또 다른 재미다. 그리고 압권은 매시즌 터지는 막판 반전이다. 나름 적응이 되서 내 예상대로 되는구나 싶으면 어김없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 버리는 허를 찌르는 스토리가 아주 지능적이다.


멋진 캐릭터들도 빼놓을 수 없다. 24시간 잠도 못자고 생고생하는 우리의 영웅 잭 바우어(주인공) 형님의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 흑인 대통령 데이빗 팔머 아저씨의 카리스마, 미국의 송혜교, 킴 바우어(Elisha Cuthbert) 언니의 섹시미까지…


물론 완벽한 드라마는 있을 수 없다. 따지고들면 단점도 상당히 많다. 사실 현실에선 절대 존재할 수 없는 죽었다 살아나기까지 하는(?) 불사신, 국가를 위해 목숨바치는 애국심만땅의 주인공 자체가 말이 안된다. 노골적인 미국 만세는 종종 쏠리게 만들기도 한다. 못하는게 없는 해커들이 때론 황당하다. 위성영상추적은 100% 성공한다. 아무리 날씨 좋은 캘리포니아지만 어째 항상 구름한점 없나. 고생고생해서 얻은 중요한 자료도 백업을 안해서 날려먹기 일쑤다. 그리고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은 죄다 LA에 산다. 게다가 그 넓은 LA지만 항상 주인공이 차로 20분 이내에 갈수 있는 곳에 산다. 물론 가끔 챂퍼(미국에선 헬리콥터를 Chopper라고 부른다)를 타기도 한다만. 하지만 이렇게 따지고 들면 무슨 드라마건 영화건 재미있게 볼 수 있겠나. 말초적인 재미에 충실한 드라마니 따지지 않고 보는게 정신건강에 좋다.

사실 24의 진짜 단점은 시청중 혹은 시청후의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그 착한 와잎후 입에서 미쳤다는 소리까지 나왔을 정도니 말이다. 중독성 100%의 마약이나 다름없는 드라마다. 일상생활을 제대로 영위하고 싶은 분들은 절대 보면 안된다. 거사를 앞둔 분들은 더더구나 피하시기 바란다. 시간이 남아 도저히 할 일이 없는 분들이라면 조용히 자기방에서 혼자 보기 바란다. 거실에서 보면 가족들과 심각한 불화가 생길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시청후에는 웬만한 한국드라마는 시시해서 도저히 볼 수가 없다.


6시즌 예고편을 보니 또 다시 손이 떨리면서 숨이 가빠온다. 하지만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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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에 고립되다

December 22nd, 2006 by 라띠



3년만에 콜로라도에 불어닥친 Blizzard 때문에 꼼짝없이 집에 갇혔다. 2피트 가까이 왔다고 하니 한 60센티미터 정도 내린 셈인가. 집에 먹을게 좀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아래는 집 앞을 찍은 사진이다. 아래 사진의 왼쪽 차는 눈에 파묻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여기를 보면 짧은 시간에 얼마나 많은 눈이 왔는지 알 수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물동량도 많고 사람들도 쇼핑몰이며 공항이며 넘쳐나는 시기인데, 모두가 발이 꽁꽁 묶였다. 길엔 버려진 차들이 나뒹굴고, 눈치우는 차들이 오히려 오도가도 못해 구조를 받아야 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미국에서 6번째로 트래픽이 많은 덴버공항은 아예 호텔이 되었단다. 콜로라도 주 전체가 거의 마비 수준이다.

따뜻하고 안전한 집안에서 재난 방송을 보는 건 항상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저긴 저렇게 힘들고 곤란한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등따숩고 배부르게 쇼파에 늘어져서 뉴스를 보고 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가 하는 생각. 어릴 때 수해, 태풍 관련 뉴스를 보면서도 항상 그런 생각이 들었더랬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은 안됐다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게 인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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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인터넷 전망

December 20th, 2006 by 라띠



Read/WriteWeb2007 Web Predictions 이라는 제목의 포스트가 올라왔다. 큰 흐름을 살펴보기에 좋은 내용이라 요약/소개해 본다.

RSS/데이터

  • RSS가 대중화된다. 비스타, IE7이 본격적으로 RSS를 사용하고, 사용자수 1위인 야후 메일 Ajax버전이 RSS를 기본으로 채용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쉽게 RSS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 구조화 데이터(structured data) 가 큰 흐름이 된다. XML, XHTML을 필두로 더욱 표준화되고 사용하기 쉬운 데이터 포맷이 널리 퍼질 것이다.
  • 위젯 사용이 더욱 대중화된다.


기업

  • ThinkFree같은 웹오피스가 더욱 많이 사용될 것이다. 특히 구글과 MS의 영역싸움이 더 격렬해 질 것.
  • 웹기반 사무/협업 환경이 더욱 일반화 될 것. 기업 블로그도 더욱 확산 될 것이다.


개발

  • 더욱 다양한 웹기반 애플리케이션들(Rich Internet Apps)이 출현 할 것. 더불어 웹기반 애플리케이션에 적용되는 기술이 더욱 발달할 것이다. Ajax를 뛰어넘는 새로운 기술의 출현이 기대된다.
  • RDF를 필두로 시맨틱웹(Semantic Web)의 개념을 활용한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출현하게 된다.
  • 아마존의 S3와 유사한 서비스들이 계속해서 나올 것.


검색/광고

  • 구글 애드센스를 대적할 강력한 경쟁자들이 출현할 것. MSN의 AdCenter, Yahoo의 광고 플랫폼 등.
  • 기존의 CPC/PPC 방식의 온라인 광고를 대체할 새로운 광고 방식이 출현하게 될 것이다.
  • 한 분야에 특화된 전문검색엔진(vertical search engines)의 영역이 더욱 확장될 것.


Microsoft vs Google


브라우저

  • 제 2의 브라우저 전쟁이 예상된다. 익스플로러와 파이어폭스의 새 버전들이 본격적으로 경쟁하게 된다. 이 전쟁에는 Flock, Opera, Maxthon도 참여하게 되고, G-Browser(구글 브라우저)도 가세할 수 있다.


멀티미디어

  • 인터넷 기반 TV가 본격화 될 것.
  • P2P가 더욱 활성화 되며, 웹기반P2P도 출현하게 될 것.
  • 세컨드라이프 류의 가상 공간이 더욱 인기를 끌 것.


웹서비스

  • 온라인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
  •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계속해서 출현할 것. 더불어 수익모델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짐.
  •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들의 성장이 정체될 수 있음. 서비스들의 개방화가 더욱 가속화 됨.


세계

  • OLPC(One Laptop Per Child)운동이 더욱 확산되어 씬클라이언트(thin-client) 방식의 컴퓨팅, 리눅스 기반, 웹기반 소프트웨어가 득세할 것.
  • 브로드밴드가 더욱 성장할 것.


모바일

  • VoIP가 더욱 주목받게 됨. 스카이프를 비롯한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됨.
  • 한,중, 일에서는 모바일웹이 큰 화두가 될 것.
  • UCC의 모바일화가 가속화 됨.
  • 마이스페이스, 유튜브 등이 모바일로 서비스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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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다양한 움직임들이 예상된다. 다양한 웹서비스에 대한 수많은 시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이런 역동성이 부럽다. 반면 우리나라는 몇몇 포털에 한정되어 다양성이 많이 부족한 느낌이다. 2007년의 한국 인터넷도 네이버, 다음, 싸이월드 등 손에 꼽을 몇몇만이 변화를 주도할 것이 예상될 뿐, 더 이상의 다양성은 기대하기 힘들다. 그래도 조금씩 움트는 새로운 시도들이 내년의 우리나라 인터넷 시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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