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남자가 독서하고 행실을 닦으며 집안일을 다스릴 때에는 한결같이 거기에 전념해야 하는데, 정신력이 없으면 아무 일도 되지 않는다. 정신력이 있어야만 근면하고 민첩함이 생기고, 지혜도 생겨서 업적을 세울 수가 있다. 참으로 마음을 견고하게 잘 세워 똑바로 앞을 향해 나아간다면 비록 태산이라도 옮길 수 있다.
“내가 몇 년 전부터 독서에 대해서 자못 깨달았는데, 헛되이 그냥 읽기만 하는 것은 하루에 천 번 백번을 읽더라도 오히려 읽지 않은 것과 같다. 무릇 독서하는 도중에 한 자라도 모르는 것이 나오면 모름지기 널리 고찰하고 세밀하게 연구하여 그 근본 뿌리를 깨달아 글 전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날 마다 이런 식으로 읽는다면 한가지 책을 읽더라도 겸하여 수백 가지 책을 엿보는 것이다. 이렇게 읽어야 책의 의미를 훤히 꿰뚫어 알 수 있으니, 이 점을 꼭 알아야 한다.”
정약용이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중에서
200년 전과 지금의 독서환경은 많이 달라졌기에 100% 적용하기는 힘들지만, 잘 모르는 것도 설렁설렁 넘어가는 습관을 고칠 필요가 있다. TV보듯 하는 독서는 지양되야 한다. 앞으로 공부를 하면서는 마땅히 더욱 그러해야 할 것이다.
<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로 유명해진 정민 교수의 신간이다. 제목이 정말 강렬하다. 마케팅의 측면에서 본다면 제목하나는 정말 기똥차게 지었다. 그런데 너무 오바스런제목이었다. 제목과 머리말을 보면 마치 조선시대 지식인들 가운데, 특정 분야 매니아들의 광적인 면들을 부각시키고, 이들이 성공에 이르기 위해 어떤 미친 짓을 했는지에 대한 얘기인줄로만 알았다. 근데 정작 이 제목과 어울리는 곳은 책의 앞부분 삼분지일 정도밖에 안된다.
나머지는 조선시대 몇몇 유명인들의 삶의 단편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제목과 머리말은 철저히 마케팅을 위한 전략으로 판단된다. 차라리 부제인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가 어울린다. 약간 속은 느낌도 없지 않았으나… 뒷부분도 그 나름의 감칠맛 나는 부분들이 있기에 이만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첫 장은 부스럼 딱지를 먹는 사람의 얘기로 시작한다. 정말 엽기 그 자체다.
하루종일 꽃만 쳐다보며 그림을 그리는 김군.
서화 표구 매니아 방효량. 돌만 보면 벼루를 깎던 정철조.
조선시대 최고의 수학자 김영.
한편을 몇만번씩 읽는 독서가 김득신.
이들은 자기 분야의 진정한 매니아였다. 자나깨나 오로지 한가지 생각뿐이었다. 먹고 자는 것도 잊고 매진했다. 가짜가 판치는 세상에서 이들은 진짜배기였다. 남을 속이려는 맘으로는 진정한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 없는 것이다. 둘째장부터는 몇몇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 에피소드 모음집에 가깝다.
특히 친구에게 그림 그려주기를 청하는 허균, 양금, 거문고, 퉁소로 거리에서 즉석 음악회를 가진 홍대용과 그 친구들의 이야기가 인상깊다. 애드립이 잔뜩 들어간 재즈 연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절묘한 비유로 친구에게 돈꿔달라는 편지를 쓰는 박지원은 나를 웃게 만들고, 유배지에서 아내의 치맛자락을 잘라 아들에게 편지를 쓰는 정약용은 날 슬프게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논어, 맹자나 논하며 고리타분하게만 생각됐던 우리 조상들이 그야말로 Cool하게 느껴진다. 옛사람들의 생각과 고뇌, 풍류를 느껴보기에 부족함 없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