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June, 2004

정약용이 아들에게 권한 독서법

June 28th, 2004 by 라띠



무릇 남자가 독서하고 행실을 닦으며 집안일을 다스릴 때에는 한결같이 거기에 전념해야 하는데, 정신력이 없으면 아무 일도 되지 않는다. 정신력이 있어야만 근면하고 민첩함이 생기고, 지혜도 생겨서 업적을 세울 수가 있다. 참으로 마음을 견고하게 잘 세워 똑바로 앞을 향해 나아간다면 비록 태산이라도 옮길 수 있다.

“내가 몇 년 전부터 독서에 대해서 자못 깨달았는데, 헛되이 그냥 읽기만 하는 것은 하루에 천 번 백번을 읽더라도 오히려 읽지 않은 것과 같다. 무릇 독서하는 도중에 한 자라도 모르는 것이 나오면 모름지기 널리 고찰하고 세밀하게 연구하여 그 근본 뿌리를 깨달아 글 전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날 마다 이런 식으로 읽는다면 한가지 책을 읽더라도 겸하여 수백 가지 책을 엿보는 것이다. 이렇게 읽어야 책의 의미를 훤히 꿰뚫어 알 수 있으니, 이 점을 꼭 알아야 한다.”

정약용이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중에서

200년 전과 지금의 독서환경은 많이 달라졌기에 100% 적용하기는 힘들지만, 잘 모르는 것도 설렁설렁 넘어가는 습관을 고칠 필요가 있다. TV보듯 하는 독서는 지양되야 한다. 앞으로 공부를 하면서는 마땅히 더욱 그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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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르는 나만의 기준

June 26th, 2004 by 라띠



나의 책고르는 기준을 말하자면…

일단 책 제목이지.

책 제목이 사람으로 말하자면 얼굴이거든.

바로 첫인상이지.

사람이나 책이나 첫인상이 좋아야 관심이 가거든.

그 담엔 머리말이지.

머리말에 책의 핵심내용이 포함되거든.

글고 목차.

목차를 보면 책의 주제와 소재가 뭔지 대강의 윤곽을 잡을 수 있지.

머 이정도만 해도 이 책을 살건가 말건가 답이 나오지.

근데 간혹 아리까리 하거나, 시간이 남는다거나 하면…

맺음말이나 역자후기를 읽어보는 것도 좋지.

아니면… 더 확실하게 책의 내용을 파악하는 방법이 있는데.

매 단락의 첫 문장만 빠르게 읽어나가는 거지.

300페이지 정도 책을 10분안에 읽을 수 있다.

이렇게 읽는걸 스키밍이라고 하던가?

암튼 이렇게 읽으면 웬만큼 내용이 파악되지…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

그리고 요즘 나이가 들어가면서 말야…

장정에도 신경을 쓰고 있지… 가능하면 양장을 사고 싶어.

솔직히 양장이 뽀다구 나잖아? 물리적으로 느껴지는 책의 콸리티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해. 특히나 한번 보고 말 책이 아니라… 두고두고

보고 싶은 책이라면… 튼튼한 양장이 첨엔 좀 비싸도 값어치를 하더라구.

양장은 실로 꿰서 제본을 하기 땜에 책의 어디를 펴도 확실히 펴지지.

근데 이노무 허접 반양장은 잘 펴지지도 않고 억지로 펴다가 쪼개지기

일수더라구. 근데 요즘 양장이 수지가 안맞는지 잘 나오지 않아서 아쉽네.

이렇게 책고르는 기준이 있긴 한데… 가끔은 Feel 꽂혀서 제대로 안보고

사는 경우도 더러 있지.

근데 역시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자신의 것으로 온전히 소화하고 깨닫고,

또 깨달은 데로 변화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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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야 미친다(불광불급 不狂不及)

June 25th, 2004 by 라띠



<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로 유명해진 정민 교수의 신간이다. 제목이 정말 강렬하다. 마케팅의 측면에서 본다면 제목하나는 정말 기똥차게 지었다. 그런데 너무 오바스런제목이었다. 제목과 머리말을 보면 마치 조선시대 지식인들 가운데, 특정 분야 매니아들의 광적인 면들을 부각시키고, 이들이 성공에 이르기 위해 어떤 미친 짓을 했는지에 대한 얘기인줄로만 알았다. 근데 정작 이 제목과 어울리는 곳은 책의 앞부분 삼분지일 정도밖에 안된다.

나머지는 조선시대 몇몇 유명인들의 삶의 단편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제목과 머리말은 철저히 마케팅을 위한 전략으로 판단된다. 차라리 부제인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가 어울린다. 약간 속은 느낌도 없지 않았으나… 뒷부분도 그 나름의 감칠맛 나는 부분들이 있기에 이만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첫 장은 부스럼 딱지를 먹는 사람의 얘기로 시작한다. 정말 엽기 그 자체다.
하루종일 꽃만 쳐다보며 그림을 그리는 김군.
서화 표구 매니아 방효량. 돌만 보면 벼루를 깎던 정철조.

조선시대 최고의 수학자 김영.

한편을 몇만번씩 읽는 독서가 김득신.

이들은 자기 분야의 진정한 매니아였다. 자나깨나 오로지 한가지 생각뿐이었다. 먹고 자는 것도 잊고 매진했다. 가짜가 판치는 세상에서 이들은 진짜배기였다. 남을 속이려는 맘으로는 진정한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 없는 것이다. 둘째장부터는 몇몇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 에피소드 모음집에 가깝다.

특히 친구에게 그림 그려주기를 청하는 허균, 양금, 거문고, 퉁소로 거리에서 즉석 음악회를 가진 홍대용과 그 친구들의 이야기가 인상깊다. 애드립이 잔뜩 들어간 재즈 연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절묘한 비유로 친구에게 돈꿔달라는 편지를 쓰는 박지원은 나를 웃게 만들고, 유배지에서 아내의 치맛자락을 잘라 아들에게 편지를 쓰는 정약용은 날 슬프게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논어, 맹자나 논하며 고리타분하게만 생각됐던 우리 조상들이 그야말로 Cool하게 느껴진다. 옛사람들의 생각과 고뇌, 풍류를 느껴보기에 부족함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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